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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 단상

2009/08/04 09:37 | Posted by <소문>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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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갈 때마다 해운대에 간다. 그전에는 꼭 그러지는 않았었다.

작년 여름이었던가? 해운대에서 아침을 맞고, 하루 종일 해운대시장, 53사단 본부 입구, 장산공원, 미포 등지를 돌아다니고 새삼 '해운대의 힘'을 깨달았다. 

(92년 가을부터 94년 봄까지 매일 해운대에 '출근' 했었다. 그때는 바다 색깔이 매일, 왜, 달라지는지를 배웠었다. 그럼에도 여름엔 해운대를 피했다. 복잡하니까.)

 

11일만에 400만을 돌파했다 한다. 관객들 중에 50-60대가 많아서 흥행성 높은 영화라는 점을 실감하면서 영화를 봤다. ‘부산성’이라는 지역성을 전면에 내세운 <친구>나, ‘자연’과 한국의 '문화-정치'의 모순을 다룬 <괴물> 같은 흥행작과 비교해볼 요소가 많다고 생각된다.
통상의 ‘재난 영화’라 볼 수 없고, 뭔가 한국적인 ‘재난 영화’ 문법을 구축한 것인데, 곱게 봐주기 어려운 점도 많았다.


* 정밀하지 못한 상상력 :
진짜 쓰나미가 부산에 닥친다면? ‘재난 영화’는 어때야 되는 건가? 뭔가 과학적이어야 하지 않은가? 빈 데가 너무 많지 않은가?

* 수준 이하의 드라마 :
감독의 인간관이 의심스럽다. 1시간 가량 진행되는 서론을 보다가 지친다. 그 서론은 대부분 허접하다.  


* 썰렁한 코미디 :
악다구니와 슬랩스틱을 포함한 수준 이하의 코미디, 그러나 웃어주는 50ㆍ60대 관객


* 발전한 D-CG : 물에 잠긴 미포. 감전사하는 사람들. 재밌다.
바닷물에 깨지는 고층빌딩들. 공중 부감신으로 빅스케일의 해안을 잡아준다.

 

* 해운대 :
미포에서 수영만까지. 그리고 고층 빌딩들. 해운대의 폭이 나름 잘 포착된 듯하다.
해운대는 그 물리적 공간 외에도 경관적 의미가 2000년대에 들어 엄청나게 확장됐다.
노무현 정권과 부산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이 유서 깊은 장소를 이전과 다른 '명소'로 주조해냈던 것이다.

신시가지가 생겼고, APEC이 열렸으며, PIFF가 자리를 잡았으며, 광안대교와 고층빌딩이 늘어섰다. 더 많은 사람이 여기를 찾는다. 그 장소는 문화정치에 관한 사유와 영화화의 대상으로서 충분히 값어치 있다. (cf. 그런데 고래불해수욕장 사장도 해운대만큼 크다.)

* <괴물>, 그리고 그 한강과 비교하면? :
아마 <괴물>의 발상법(...에 ...가 산다면? ...에 ...가 벌어진다면?)이 이런 영화를 낳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대>는 스케일이 더 크다. <괴물> 못지 않은 좋은 상품이라 흥행할 것이다.
그러나 주제의식과 ‘이야기’에서 <괴물>과 비교될 수 없다. 드라마가 약해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감독은 뭘 말해보고 싶었을까? 119 대원을 존경하자? 쓰나미 같은 재난에 미리 대비하자? 해운대만 가지말고 경포대나 고래불도 가자? 머리가 빈 것 같다. 

 

* 진짜 그런 규모의 쓰나미가 온다면 :
영도는 어떻게 되나? 신선대와 남항 부두는 어떻게 될까?


* 광안대교 : 오우... 감독은 왜 이 대교를 끊어버리고 싶었을까? 이제 이 다리는 부산의 ‘좋은’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초기에 그것은 분명 흉물이었다.

* 콘테이너 선박 : 이에 대한 묘사도 굿. 콘테이너 선박과 운반 트럭은 분명 부산의 또다른 상징이다. 감독은 부산에 대해 안다.

* 하지원 아비의 사망일 : 동남아 쓰나미 때 죽은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제삿날은 여름인가? 내가 잘못 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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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기 : 완벽한 부산어, 좋은 표정. 이 영화 최대의 수혜자가 아닐까?

* 하지원 : 참 예쁘지만 항상 뭔가 부족하다. 그런데, 원래 목소리 이랬나? 덜 듣기 싫은 여성용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 이화여대생, 아니 삼수생 : 목소리 정말 듣기 싫네. 감독 탓이다.  

* 설경구 : 욕봤다. 주인공인데 특별한 매력이 없다.

* 엄정화ㆍ박중훈 : 왜 이들이어야 했나? 그들의 안 어울리는 역할이 안쓰럽고, 좋은 배우들인데... 내가 괜히 미안해지더라.


* 김인권 : 좋은 연기자다.

* 그외 조연들 : 부산 사투리를 쓸 수 있는 배우들을 대거 동원했다. 송강호나 조재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 특별히 이대호 : 굿!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야구장 풍경 묘사는 안 그랬지만) 이대호가 부진할 때 부산 사람들이 어떻게 욕하는지도 나름 리얼했다. 감독은 사직고 출신이다. <해운대>는 <친구> <사생결단>처럼 부산에 관한 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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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람에 대한 묘사 : 도무지 ‘애정이 있나?’ 싶었는데... 감독의 이력을 보니... 좋은 시나리오도 가끔 쓰고 했는데... 쯔쯔. 영화의 부산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 ‘직정’ ‘직입’ 그 자체다. 실제로도 그러할까?

 

* 부산에 대한 사유 :
우리는 이를 어디까지, 어떻게 밀고 나가야 되는가? 나갈 수 있는가? 최근에 "부산 독립선언"이라는 책도 나왔다. 복잡하다. 곽경택의 드라마 <친구>를 보니 더 그렇다. <똥개>까지는 좋았는데, 곽씨의 고착은 너무 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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