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와 소의 모습과 그 (일치된) 삶은 놀라운 것이었다.
이런 소재를 굳이 찾아냈다는 것도 훌륭한 ‘기획’임에 틀림없었다.
(감독은 사전에 각지의 농협을 돌며 '죽어가는 소'를 수소문했단다.)
그러나, 어떤 소녀ㆍ청년이 영화의 결말부에서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전혀 내 경우는 아니었다.
물론 죽은 소가 포크레인이 판 구덩이에서 포크레인이 뿌리는 흙으로,
그의 몸과 똑같은 색깔의 흙과 하나가 되는 장면은 훌륭했다.
또한 이 다큐에는 '노화'와 죽음에 관한 하나의 진지한 관찰과 묘사가 있다.
그것은 특별하게도 소의 죽음이다. 소는 대상이며 동물이며 주체이다.
그러나 소라서 돼지나 개, 쥐와 조금 다르다.
소는 확연히 ‘얼굴’을 가진 동물이다. (돼지, 개, 쥐들도 '때로' 얼굴을 갖고 있다.)
주로 눈 때문에 그렇다.
소의 죽음을 길게 묘사했다. 소는 천천히 죽는다.
이 천천히-죽음에 관한 기록을 우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죽는 소의 얼굴도 ‘임종’하는 인간의 얼굴과 비슷한 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소는 왠지 이름이 없다. 할배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 또는 영화가 빠뜨린 것?)
그러나 만약 영화가 '할배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되거나 ‘히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이유들 때문에, 감동은 방해받았고, 중간에 약간 졸았다.
0) 인간의 소-됨은 존경스러운 것이었으나,
소의 소-됨은 눈으로 보기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이는 나의 위선일 수 있겠으나, 소의 소-됨에 대해서
할배는 과연 인간다운 '잔인함'과 '컴패션'을 동시에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할배는 자신의 '소-됨'은 온전히 인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1) 갈등구조가 단순하다. 할매의 푸념과 비판은 그런 점에서 양가적이다.
할매는 ‘현실’을 일깨우며 문제의 모든 측면을 잘 제시한다.
할배의 삶에 대한 동일시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갈등을 단순화시킨다.
(할매의 마음 전체가 '농민의 마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삼자의 관계를 ‘삼각관계’라 표현했다.)
2) 영화는 예정된 결론으로 서사를 몰아가고 있었다.
감동과 해석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삽입된 컷들은 좀 '아름다워서' 수가 ‘얕은’ 것들이기도 했다.
'이 영화를 소들에게 바친다'는 마지막 자막은 가장 어색한 것이 아닐까?
'소는 인간이 아니다'(소는 죽어서야 업에서 벗어난다... 등)는 복잡한 진실을 이 자막은 왜곡한다.
3) 뒤늦게, 스토리를 알고 봤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러닝타임은 짧다.
4) 몇몇 평들이 영화를 보는 과정에 떠올랐다.
특히 관객이 무엇을 영화를 통해 보았을까, 하는 문제와 관련된.
강기갑의 말(‘영화가 농민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 진짜루?)도 떠오른다... zzz.
도시민들이 저 영화를 통해 무엇을 소비했는가, 하는 논평이 상기되고
농업과 흙이란 과연 우리에게 오늘날 무엇인가...... 하는 잘 모르는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졸았다. zzz...
5) 자꾸 경북 봉화 사투리(맞나?)의 어미가 귀에 들리고, 자막이 보인다.
할매는 그 동네에서만 쓰는 ‘-니껴’를 완연히 많이 쓰고
할배는 표준말의 어미와 동일한 ‘-요’도 많이 쓴다.
헌데 이 영화의 자막은 발음대로 인물의 대사를 옮기지 않은,
이상한 직역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사람들을 위해서? (만약 '실제'라면, 저 경상도 할배의 말을 그들은 몇%나 직해할까?)
자막이 없었다면 나도 대사를 많이 놓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 번역 자막에는 '폭력'적인 경우도 있었다.
6) 이O박이도 봤단다.
왜 쥐는 사람의 양식을 쏠아대는 자기의 일에 몰두하지 않고
소와 사람에 관한 스토리에 관심을 갖나? 그것은 토론거리임에 분명하다.
쥐가 '그 할배는 어떻게 됐나?' 따위를 묻지 않고
'관객이 얼마나 들었나?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나?'
를 물은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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